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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칼럼: 신명과 흥의 흐름 `호흡`

보고잡퍼 2009. 7. 17. 21:46

 

 

 

 

   신명과 흥의 흐름 '호흡'

 

 

 

     악기를 잡은 우리 치배들이 놀이마당에 흩어지면 주체할 수 없는 신명으로 지칠 줄 모르고 한바탕 휘몰아 돈다. 이런 우리 풍물의 기운이 어디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인가? 바로 '호흡'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가락과 장단을 바탕으로 우리 몸 마디마디마다 품어내는 생동 의 숨쉬기로 마당은 가일층 엽기의 도가니로 끓어오른다. 우리의 선조, 선배들은 정초마다 대동놀이를 마을 단위마다 펼쳤다. 새해부터 시작된 굿판은 정월 대보름이 사윌 때까지 밤낮없이 이어졌다. 동구밖 채전에 지핀 우등불은 꺼질 줄을 모르고 질펀하게 벌어진 놀이판에는 남녀 노소의 구분이 없이 모두 모여 놀아나고 동리 가가호호 방문하며 무병장수, 가정화목, 가내융성을 기원 해주는 치배들 무리들을 쫓아 동네를 한순회 돈다. 상쇠의 걸쭉한 덕담 덕택으로 걸립한 음식과 술등을 나눠먹으며 끝장낼 듯 그들은 이처럼 풍류를 즐긴다. 대개 향리의 치배들은 낫살이나 잡수신 분들인데 그렇게 지칠 줄을 모르고 풍물을 보름씩 쳐댈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단순히 악기를 힘으로 치는 것이 아니고 내 몸과 일치를 이루어 자신의 악기에 생명을 불어넣어 함께 숨쉬게 했다면 너무 지나친 과장의 표현일까? 우리는 악기를 잘 다루거나 좋은 연주를 하는 분들을 볼 때 "악기를 가지고 논다" 라든지 "악기가 몸에 붙어 따라다닌다" 혹은 "악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는 표현을 쓴다. 그것을 우리는 기교라고 할 수도 있으나 궁극적인 결론은 호흡이라 이름 할 수 있다. 간단없이 연이어 지는 신명의 흐름 그것이 곧 호흡이다.

양악에서 음악의 4대 요소로 리듬, 가락, 화성, 음색을 꼽는다. 이 4대 요소 하나하나가 중요한 역할을 해내면서 이 4가지가 모두 어우러져야 완성된 음악이 만들어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되는 기본적인 것이 리듬이다. 리듬이 없이는 아름다운 선률이나 훌륭한 화성이 존재 할 수 없다. 그래서 자연히 음악의 태동을 리듬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학자들은 주창해왔다. 우리악에서는 그것을 장단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이 우리 '장단'의 개념은 서양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서양의 박자는 수치적 개념으로 풀이된다. 말하자면 수학적 원칙을 기본으로 하여 나눈다. 마디를 구분하여 그 음들의 일정한 반복형태를 몇 번 하느냐에 따라 몇 분의 몇 박자 등으로 표기한다. 그러나 우리의 장단은 심적 울림을 그 기본으로 하고 있다. 마음 즉 감정의 변화작용에 의하여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그 울림을 장단이라 한다. 물론 이러한 장단을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정감보'라는 풍물의 가락보를 정리하면서 서양악과 대치 할 수 있도록 이분박 삼분박 사분박등 숫자적으로 분류하는 시도가 있었다. 과학적인 교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 공로를 인정할 수는 있으나 우리의 장단에는 이처럼 수치적으로 해석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내재하고 있기에 그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우리 장단의 맛을 살릴 수가 없다고 하겠다. 우리의 장단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음악의 완성이며 화성이나 음색 등이 없이도 철저하게 자기 완결을 갖춘다.

결론은 호흡이다. 몸과 마음이 일치하여 품어내는 마디마디의 호흡. 그 호흡의 연결로 인하여 우리의 장단은 간단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심적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희노애락은 곧 사람의 호흡에 변화를 주게되고 그 호흡작용의 변화는 연주되는 장단속에 흡입되어 여러 색채의 가락으로 품어져 나오면서 굴곡이 있고 살아 있는 장단이 되도록 영향을 미친다. 즉 한 호흡 동안에 일어나는 감정의 울림이 장단이며 그 감정의 다양한 변화가 가락이라 할 수 있겠다. 정의  하자면 호흡이란 생체학적으로 숨을 들이고 내쉬는 의미로서 뿐만이 아니라 몸 마디마디 마다의 움직임이 연결되어 마치 살아 숨쉰다는 의미에서의 호흡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심령으로부터 울려 나온 감흥과 신명이 턱으로부터 어깨의 들썩거림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다시 오금으로 전달되어 마침내 발끝으로 까지 전달되어 온몸이 함께 숨쉬어 율동 하는 것이라 하겠다. 호흡이란 살아 숨쉬는 생명체의 신진대사다. 그것이 멈추면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의미한다. 건강한 호흡은 신체를 강건하게 한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의 발생은 결국 그 인간의 호흡작용에 변화를 주며 그 호흡작용의 변화는 기운의 변화로 나타나 장단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호흡은 연주할 때나 말장단(구음)을 할 때나 판굿이나 길굿할시  그 보법의 정확함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호흡의 구조는 들숨과 날숨으로 이루어진다. 긴장과 이완으로 이루어지고 감고 다시 푸는 구조이며 부드럽게 말아서 감아 올리는 맛이다. 어머니와 같이 부드러운 포용과 아버지와 같이 감아 올리는 힘찬 솟구침이다. 호흡은 자연과의 조화이며 음양의 조화이다. 이러한 구조의 호흡에 따라 연주되는 장단도 들숨(내달아)과 날숨(푸는)의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고 이 두 가지가 한 몸처럼 함께 존재해야 한다. 들숨만 있거나 날숨만 있으면 죽은 장단이다. 들어 갈 때는 긴장이 되고 힘이 들어 있어야 하며 열정이 녹아 있어 후끈후끈 뜨거워야 한다. 반면 나올 때는 그 긴장을 이완 시켜 주고 힘을 빼 휴식과 안식과 평온을 갖는다. 이처럼 제대로 치는 장단이란 감정과 기운을 제대로 발현시켜 또 제대로 마무리 짓는 것을 의미한다.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감흥으로 장단을 친다면 말하자면 풀고 맺는 원리에 역행한다면 치는 이의 건강한 호흡작용을 해치게 되고 오히려 건강을 저해하는 해악이 될 수 도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그처럼 부적절한 장단을 치는 것은 치는 당사자 뿐 만이 아니라 듣고 보는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나쁜 작용을 한다.

사물놀이의 진수는 사실 박진감과 넘치는 속도감에 있다. 그러나 이 속도감에 너무 심취하다 보면 자칫 호흡의 균형을 잃어버릴 수 있다. 힘에 부칠 정도로 빠른 속도와 강도는 당연히 건강한 호흡의 장애가 될 수 있다. 긴장을 즉 내달아 치는 것만을 요구 할 때는 감정이 거세되고 호흡의 균형이 허물어지면서 진정한 장단의 멋을 추구하기 어렵다. 그러나 휘몰아치는 빠른 장단 속에서도 정상적인 호흡이 이루어져 활력이 있고 살아 있는 장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우리 치배들에게 요구된다 하겠다. 호흡의 구성을 감각적인 면과 구조적인 면으로 양분해 볼 필요가 있다. 감각적인 구성의 정의는 '둥글고 부드럽게 감아서 힘차게 솟구쳐 올리는 느낌'이다. 그러한 느낌이 연속되는 것이며 그것을 호흡의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둥글게 말아서 올리는 표현이다. 호흡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박자를 굳이 삼분 이분 사분 박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삼분박으로 굿거리나 삼채 즉 자진모리 덩더쿵이 등과 같이 우리의 전통적인 가락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하며  한 호흡을 셋으로 나누는 구조로 우리는 편의상 '하나아'라 구음으로 이름하고 배우기로 한다. 두 번째는 한 호흡을 둘로 나눈 구조로서 동살풀이 오방진이 여기에 속하며 이 호흡의 구음을 '한나'로 한다. 마지막으로 네 개의 분박으로 나눈 호흡의 구조이며 휘몰이나 이채가 여기에 해당되며 구음을 '한둘셋넷'으로 하기로 한다.  물론 우리 장단 중에서 이런 세 가지의 큰 분류에 속하지 않는 장단도 많다. 우리의 장단은 그 종류가 무수하며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또 같은 장단이라도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고 그 범위가 방대해서 이러한 정형에 끼워 넣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풍물을 지키기 위해 어렵고 힘든 각고의 세월을 인내로서 감수하며 살아온 선배들의 투혼을 우리는 풍물을 하는 후배들로서 특별히 기려야 할 것이다. 남이 보기에는 작고 하잘 것 없이 보일지는 몰라도 그러한 노력들이 제각기의 분야에서 자기의 소임을 다했기에 우리 문화의 지킴이로서 우뚝 선 것이다.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각자 맡은 분야의 소명을 성심으로 다하여 우리 풍물의, 우리 문화의 지킴이가 되리라는 새로운 각오를 다시 할 때라 여겨진다.

 

 

 

 

 

 

 

 

 

 

출처 : 칼럼: 신명과 흥의 흐름 `호흡`
글쓴이 : 지킴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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