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글을 쓰는데 장구에 관한 상식적이나 일반적 이론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이 칼럼 공간을 채우고자 했다면 글을 아주 많이 썼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깊이 느끼고 깨우치기 전에는 글을 일부러 쓰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장구에 관한 글을 쓰는데 한계에 달했거나, 속된말로 밑천이 다 떨어진것일지도 모르구요.
다시금 금년부터 부단히 노력해야할 과제를 하나 안게 되어 이렇게 나 자신에게 다짐하는 모습으로 몇 글자 적어볼까 합니다.
금년 2월 28일 부터 3월 2일까지 살판님들께서 주관하신 윤중임 선반 설장구 연수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2박 3일간 식사 당번을 정해서 밥을 해먹으며 한식구 같은 모습으로 장구를 열심히 치며 배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몇 번째 하는 연수이기에 가락의 순서 배우기가 아니라 모두들 처음부터 끝까지 완판을 쳐보는 반복 연습의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모두들 대단한 체력을 갖고 있으셔서 입장굿 부터 연풍대까지 몇 회를 선생님께서 시키셔도 해내는 님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또 선반설장구의 미래를 책임지고 나가실 분들이라 생각하니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윤중임 선생님께서는 그저 한번 이라도 더, 한동작이라도 더 가르쳐 주시려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나 역력했습니다.
투석을 하시고 오시자 마자 좀 쉬셔야 할텐데 여지없이 "장구 맵시다." 하시는 윤중임 선생님
윤중임 선생님의 가락중 우선 접해야 할 가락은 뭐니 뭐니 해도 자진모리 기본 가락 이고 그 장단의 흐름를 깨우치는 일
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입니다.
더덩따 또는 더궁따 궁기닥따 구궁기닥따 구궁 기닥 채편 넘어가서 딱궁따 궁기닥따 구궁기닥따 구궁기닥 이장단 인데
이소리가 마치 더덩따 또는 더궁따 궁기닥따 저궁기닥따 저궁기닥 채편으로 넘어가서 딱궁따 궁기닥따 저궁기닥따 저궁기닥 이렇게 들리기도 하면서
소리의 강약은 삼채 호흡을 넷으로 나눈다면 첫째 소리 더궁따또는 저궁따를 아주크게 궁기닥에서 궁을 또 크게 그리고 세번째 구궁또는 저궁기닥따를 작게 그리고 마지막 구궁또는 저궁기닥따를 아주 크게 치는 것인데
처음 이 가락을 치다 보면 참 어색하고 잘 쳐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치면 칠수록 그 맛과 빛깔이 얼마나 내 마음에 와닿는지 모른답니다.
이렇게 치는 자진모리가락이 계승되지 않고 사라질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찌릿찌릿 전율이 온답니다.
어언 선생님 장구가락 완판을 이제 겨우 햇수로 삼년 쳤지만 아직도 선생님의 생생한 장구가락을 듣다 보면 십년을 쳐도 저런 소리가 내게서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가락 순서만 이제 좀 익혔을뿐 섬세한 표현을 위해서 부단히 정진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번 연수기간동안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 중에 가슴에 사무쳐 잊을 수 없는 귀한 말씀이 여기 있습니다.
작년 연수에서 하신 말씀인데 그 땐 가락 익히기에 정신없어 동작에 대한 말씀이 분명 있으셨지만 내 마음에 깊이 와 다을 겨를이 없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비수같이 내 마음에 깊이 각인 되었지요 바로 몸짓이라는 단어였어요....
선생님은 여러번 몸짓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이번 연수에서는 그 단어가 너무나 깊이 와닿았던 겁니다.
지난번에 "설장구 완판"이라는 글에서도 윤중임선생님의 설장구에 대해 나름대로 세밀하게 설명 드렸지만 그때 인상과 다르게 이번엔 "아 몸짓, 바로 몸짓, 이 몸짓"을 위해 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온것입니다.
몸짓은 발짓, 고갯짓, 손짓,이라는 세부분으로 나누어 지고 다시 발짓에는 오금과 발목에서 보일듯 말듯 몸전체를 움직이는 엔진과 같은 역할로서, 이는 가락과 몸의 움직임이 잘 어우러지게 기본적으로 받혀주고, 넘실넘실 거리는 발동작, 몸의 높낮이, 몸의 방향과 움직임의 속도등을 모두 책임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위로 올라가 허리짓(배와 단전부분의관계), 어깨짓, 고개짓의 첫 출발점이기도 한것입니다.
발짓을 보면 그사람이 얼마나 선반 설장구를 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어깨짓을 살펴보면 이 어깨짓은 발짓과 고개짓의 가교 역할로서 이것이 참 어렵습니다.
저도 가장 어려운 부분 즉 아직 먼 과제 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모습에서 이 어깨짓은 발짓과 조화를 이루며 오르고 내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넘실거림을 볼 수 있는 동작이며 이는 또한 고개짓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즉 고개를 들 때와 숙일 때 어깨는 올라갈까요 내려갈까요 한번 해보시지요... 궁극점은 올라가던 내려가던 고개짓의 움직임과 어깨짓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어깨는 다시 팔과 손, 손목, 손가락으로 마디 마디 이어져 각각의 부분적 동작이 전체로 하나를 이루는데 그 책임을 다 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어깨에 힘이 빠져야 그 뒤를 이어 팔과, 손, 손목, 손가락에 힘이 빠진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타나고 궁채 열채를 쥔 양손의 편안한 놀음이 이루어집니다.
시각적으로는 연희자의 어깨와 제일 멀리 있는 손짓에 관객들의 시선은 모이겠지만 그 출발은 어깨짓에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어깨짓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반 설장구의 가락과 춤사위를 연결짓는 역할에 있어서는 발짓과 고개짓 보다 훨씬 우선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고개짓입니다. 고개짓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우선 머리에 고깔을 썼거나, 텟머리를 두르고 선반 설장구를 한다는 생각을 하시면서 읽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고개짓은 가락의 속도와 발놀음에 맞추어 위 아래로, 앞 뒤로, 또는 좌우로, 또는 살랑살랑 흔들거나, 순간적인 고개돌림과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개짓은 가락이 리듬을 타고 넘어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 주기 때문에 고개짓은 정말 선반 설장구를 알고 연주를 하나 안 하나를 보여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자연스러운 고개짓이 없거나 고개짓을 생각지 못했다면 특히 김오채님의 설장구모습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고개짓과 더불어 시선 또한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확한 방향성을 갖고 연주하라는 것이지요. 오른쪽, 왼쪽, 그리고 앞을 볼때는 끝까지 앞을 보고, 뒤를 볼때는 끝까지 뒤를 보아야 하며,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기 전 끝까지 전방을 보아햐 할 시선이 있으며, 궁채을 올릴때 궁채에, 열채 발림을 할때는 열채에 시선을 함께 던져 줌으로서 완성미를 더 가미하라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적다보니 마치 선반설장구를 해부해 놓은 것같고 발짓에서 한 이야기가 어휘만 다를 뿐 어깨짓 고개짓에 반복되는 모습을 지울 수 없지만 저의 느낌 그대로를 그냥 놓아 두고 싶습니다.
이글을 읽는분들의 아낌없는 비판의 글을 기다리면서요...
너무 해설적이며 겉 모습에만 치우친 글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지만 여기까지가 지금 이순간 제가 알고 느낀 한계임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부터 노력하여 제가 적어놓은 이 모든 글이 나의 몸에서 베어나와 결국 위의 모든 설명이 쓸데 없는 짓이었음을 깨우치고 싶습니다.
위의 글대로 연습하다보면 기계적인 딱딱한 모습도 나오고 어색한 과정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습에 연습을 더해 열심히 노력한다면 보람된 날이 오겠지요.
가락이라는 반주와 짓이라는 몸놀림 즉 춤사위를 동시에 하기에 힘든 선반 설장구.......
욕심이 그득 들어있는 하나 하나의 모습들을 다 비워서 가락도 없고 몸짓도 없이 그냥 흘러가듯 흘러가는 그 모습을 향하여....
광명에게 무명이 순응하며 무명이 광명에게 순응 할수 있도록 지혜와 자비가 설장구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이에게 임하기를 빕니다.
푸너리님 의 글
'장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김오채님의 우도농악 (0) | 2009.03.29 |
---|---|
[스크랩] 2008 전통예술한마당_담양농악 (0) | 2009.03.29 |
[스크랩] 설장구 가락보 - 굿거리 [채보자 ; 한재훈님] (0) | 2009.02.11 |
[스크랩] 한울림 삼도설장고가락 (0) | 2008.11.25 |
[스크랩] 장구의 기초(구음 설명) - 이승현님 (0) | 2008.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