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바다처럼 깊은 가을 맛에 취하다 [무안]

보고잡퍼 2007. 12. 7. 19:12
 

무안

▲ 무안 도리포 앞 바다

● 찾아가기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무안 나들목에서 빠진다. 금요일 오전 8시 서울을 출발, 휴게소에 2번 들리고 무안에 오후 1시쯤 도착했다. 서울-무안 고속버스는 하루 2차례 운행한다. 무안터미널 (061)453-2518


● 무안에서 길 찾기


꽤 넓은데다 식당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서 이동시간이 꽤 걸린다. 내비게이션을 절대 맹신하지 말 것. 새로 닦은 길이 ‘업데이트’되지 않아 믿고 가다가 허망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 ‘미스 내비게이션 아가씨’는 작은 지방도로를 싫어하고 고속도로나 국도를 선호한다. 빠른 길을 놔두고 빙 돌아가는 먼 길을 안내하기 일쑤다. 반드시 지도와 대조해가며 길을 확인하고, 주민들에게 묻고 또 묻는다. 주민들의 길 안내가 비교적 정확한 편이다.


● 여기도 가보세요


무안읍에서 해제반도 북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도포리까지 이어지는 77번도로가 ‘무안 드라이브 백미’다. 길 양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는 바다가 사라진 자리에 넓은 갯벌만 남아 있기도 한다. 도포리에서는 바다 너머로 함평군과 영광군까지 보인다. 서해안에서 해돋이가 장관인 흔치 않은 곳이기도 하다.


가을에 무안에 갔다면 승달산이 오를 만하다. 해발 333m로 높지 않지만 계곡도 깊도 숲도 짙다. 넉넉잡아 3시간이면 정상이다. 무안 몽탄면과 청계면 사이에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연꽃밭인 회산백련지가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에 있다. 면적 10만평, 둘레는 3㎞로, 한 바퀴 돌려면 1시간 넘게 걸린다. 연꽃을 수상 유리온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무안나들목에서 부터 무안병원과 무안요, 몽평요 등을 지나 20㎞쯤 떨어져 있다.

무안군 관광문화과 (061)450-5319, 무안관광안내소 (061)454-5224


무안 대표선수 세발낙지

전남 무안군 내 식당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게 된 ‘귀한’ 물건이 식탁에 흔하다. 나무젓가락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면서, 식당에서는 나무로 만든 젓가락을 쓸 수 없다. 그런데 미끌미끌 살아 꿈틀대는 세발낙지를 쇠젓가락으로 먹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하여 산낙지를 내는 식당에 한해서만은 특별히 나무젓가락 사용을 허(許)했다.


산낙지를 내는 식당이 무안에만 있겠냐만, 낙지가 워낙 흔해서 웬만한 식당이면 낙지가 고정 반찬처럼 나오는 무안인지라, 거의 모든 식당에 나무젓가락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만큼 세발낙지는 무안을 대표하는 먹거리다. 무안 갯벌은 그 넓이에서도 세계적이거니와, 몸에 이로운 게르마늄 함량이 높기로도 세계적 수준이다. 그 갯벌을 먹고 자란 세발낙지는 껌처럼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입안에 착 감기는 특유의 감칠맛이 기막히다. 비린내도 없다.


무안 세발낙지 맛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는 10월 초순부터 11월 말까지. 바로 지금이다. “겨울에는 무안 (바닷)물이 찬 게 낙지가 안 붙어. 11월 넘어가면 비싸불고, 쪼까 나오고. 그래서 겨울에는 보성, 고흥, 진도, 해남에서 들어와. 근디 다른 지역 낙지는 약간 찔거. 색깔도 빨갛고. 무안 세발낙지하고는 비교가 안되지.” 무안읍 버스터미널 뒤 ‘낙지골목’ 상인들 말이다.


10월 31일 현재 낙지골목에서 작은 세발낙지가 한 접(20마리) 5만원이다. 중(中)자 세발낙지는 1마리 3000원, 대(大)자는 5000원에 거래된다. 상인들은 “지금 물때가 좋아 퍽 싸다”며 “하지만 열흘쯤 후부터는 물이 차져서 무안산 낙지는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오를 것”이라 했다.


무안은 낙지 말고도 맛난 것이 무지하게 많다. 주민들 말마따나 땅이 좋아서일까. 무안군에서는 무안을 대표하는 다섯 가지 먹을거리를 어렵게 골라 ‘무안오미(五味)’로 선정했다. 세발낙지와 양파한우고기, 명산 장어구이, 사창 돼지짚불구이, 도리포 숭어회다. 무안오미를 맛봤다. 전국 최대 양파산지인 무안 어디서나 내는 ‘양파김치’도 다섯 ‘대표선수’ 못지 않다.

[무안 5味+1] 꿈틀꿈틀 세발낙지 잔인하게 맛있다


1. 세발낙지


낙지 호롱구이 볏짚에 말아 구운 낙지를 도로록 풀어먹는 맛.
살아 꿈틀대는 세발낙지를 입에 집어넣기가 가슴 아프거나 혹은 징그럽다면? ‘기절낙지’와 ‘낙지 호롱구이’를 추천한다.


무안군 망운면 동원회집(061-452-0754)에서 기절낙지를 만드는 법은 이러하다. 먼저 낙지의 미끌미끌한 점액질을 물로 깨끗이 ‘빨아낸다’. 산낙지를 씻을 때는 바닷물을 쓰지만, 기절낙지는 민물을 써야한다. 흔히 머리로 알려진 몸통에서 다리를 떼어낸 뒤 접시에 가지런히 담는다. 몸통은 끓은 물에 데치고 누르스름한 색이 나도록 오븐에 구운 다음 살아있는 다리와 함께 접시에 올려 손님상에 낸다. 동원회집 윤덕중 사장은 “손님이 드실 때까지 살아 꿈틀대도록 낙지를 다루는 게 요령”이라고 했다.


젓가락으로 집어올린 낙지다리가 허공에서 꿈틀댄다. 하지만 산낙지처럼 맹렬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정말 ‘기절한 낙지’ 같다. 배와 양파를 곱게 갈아 광천수, 고춧가루 등과 섞은 양념에 찍어 먹는다. 새콤달콤매콤하면서도 살짝 쏘는 양념이 보들보들한 낙지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여덟 다리와 빨판으로 거세게 저항하는 산낙지보다 한결 먹기 수월하다. 민물에 씻어서인지 덜 짜다.


낙지 가격이 워낙 들쑥날쑥한지라 기절낙지도 싯가로 받는다. 10월 31일 현재 1접시(20마리) 11만원. ‘낙지초무침’도 마찬가지. 윤 사장은 “요즘 ‘전어회’(4인분 1접시 3만원)도 괜찮다”고 했다.


호롱은 볏짚의 전남 사투리. 낙지를 볏짚에 돌돌 대각선으로 말아서 삶아낸 다음, 여기에 간장과 참깨, 고춧가루, 다진 파, 생강 등을 섞은 양념을 발라가며 구운 요리다. 고추장이나 물엿을 더하기도 한다. 전라도에서는 제삿상에도 오르는 귀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요즘은 볏짚을 구하기 힘든데다 농약이 꺼림칙하다고 해 볏짚 대신 나무젓가락을 쓰기도 한다. 번거로운 숯불을 피우는 대신 프라이팬에 굽기도 한다.


조금나루 국제실내포장마차(061-452-1431) 주인은 “젓가락에 하면 깊은 맛이 안 나부러”라며 호롱과 숯불을 쓴다. 볏짚에 단단하게 감은 낙지다리를 먹기가 꽤 힘든데, 끄트머리만 찾으면 실타래처럼 도로록 수월하게 풀린다. 1마리 4000원. ‘모듬 조개구이’(2만원), ‘막창구이’(7000원) 등 안주가 낙지 외에도 여럿이다.



2. 양파한우고기

양파한우구이 루비처럼 붉고 인절미처럼 쫄깃.
얇게 저민 쇠고기는 색이 짙으면서도 밝고 투명한 붉은빛이다. 루비 빛깔 고기를 날 것 그대로, 소금기름만 찍어 입에 넣었다. 인절미처럼 쫄깃하다. 단맛이 희미하게 섞인 감칠맛이 배 나온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그러다 녹듯 스르륵 사라진다.


무안이 자랑하는 ‘양파한우고기’다. 무안은 한국에서 양파가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이다. 전국 양파생산량의 20% 이상이 무안에서 난다. 그러니 여기서는 소도 양파를 먹는다. 상품성이 없어 버려지는 양파로 만든 특수사료를 소에게 먹인다. 소 한 마리가 하루 3.6㎏씩 양파사료를 6개월 동안 먹는다. 이렇게 만든 양파한우고기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과 필수지방산이 일반 한우고기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성분 함량이 어떤지는 몰라도 고기는 확실히 맛있고 부드럽다.


양파한우고기는 익히지 않고 먹어야 가장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무안읍사무소 옆 무안식당(061-453-1919)에서는 ‘생고기’ 1인분(180g)이 1만9000원이다. 소 앞다리에서 나오는 ‘태받이살’을 쓴다. 기름이 없어날로먹기 알맞은 부위다. 소금기름이나 고추장 소스에 찍어 먹는다. 두꺼운 돌판에 구워먹는 ‘로스구이’(1만9000원·180g)에는 안창살을 쓴다. 고기 전체를 거미줄처럼 덮은 기름이 열기에 녹으면서 고기 맛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고기와 함께 나오는 음식은 밑반찬이라 부르기 미안하다. 간장게장, 묵은지, 동치미, 전어젓, 토하젓 등은 다른 지역에서라면 혼자서 당당히 ‘요리’로 대접받을 수준이다.


3. 명산 장어구이

명산 장어구이 전국 장어구이의 원조
“장어야 명산이 최고지. 민물하고 짠물하고 겸한 디(곳)니까. 장어구이도 여기서 전국으로 올라간 거여.” 영산강변 무안군 몽탄면 명산리는 옛부터 장어로 통했다. 어찌나 장어가 많았던지 일제시대에는 장어 통조림 공장까지 있었다. 일본으로 수출을 많이 했다. 배 200여척이 장어를 잡을 정도로 성어를 이뤘다. 영산강 하구둑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산 장어는 거의 찾을 수 없게 됐다. 요즘은 목포에서 잡은 뱀장어 치어를 강에 풀어 1년 정도 자란 뒤 잡는다. ‘영암장어’라고 한다.


명산에서 3대째 50여년간 장사해온 강나루뱀장어집(061-452-3414)에서는 이 영암장어를 쓴다. 비싸기도 하거니와 구하기도 힘든 자연산과 비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흔히 먹는 양식장어와는 비교가 안 되게 맛있다. 몸집은 조금 작지만 느끼하거나 비리지 않다.‘간장양념구이’(1만5000원)는 너무 달지 않으면서 찝찔한 옛날 맛이다. 옛날처럼 숯을 사용하는 것도 반갑다. 숯에 구워야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게 익는다. ‘소금구이’(1만5000원)도 있다. 고추장양념구이는 없다. 상추, 배추, 쑥갓 등뒤뜰에서주인이 직접 키운 쌈채소도 맛이 단단하다. 그리고 아무리 배가 불러도 누룽지는 꼭 집어들고 일어서라. 보통 맛이 아니다.


4. 사창 돼지짚불구이 - ‘돼지고기·게소스·양파김치’ 삼합

사창 돼지짚불구이 돼지고기와 게소스, 양파김치의 환상적 궁합.
짚불은 오래가지는 않지만 급하고 세게 일어난다. 무안군 몽탄면 사창리 두암식당(061-452-3775)은 이러한 짚불의 장점을 이용해 돼지고기를 굽는다. 나기운 사장의 말. “아버지께서 솔잎으로 굽다가 그을음이 많아서 볏짚으로 구워봤지라. 아버님이 30년, 내가 23년, 53년 되아부렀어요.”


얇게 썬 삼겹살과 목살을 석쇠 사이에 끼운다. 이 석쇠를 들고 식당 한 구석 창고 같은 방으로 간다. 볏짚이 가득하다. 볏짚을 한 다발 덜어 바닥에 놓고 불을 피운다. 돼지고기를 얹은 석쇠를 치솟는 짚불에 집어넣는다. 1분이면 고기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진다.


짚불구이는 빨리 구워지는 외에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볏짚이 타면서 피어나는 연기가 훈제효과를 내, 일반 불판에 굽는 것보다 고기가 훨씬 구수하다. 그냥도 맛있는 돼지고기를 ‘게소스’에 찍어먹는다. ‘뻘게’라고 하는 작은 게를 곱게 빻고 갈아 만든 소스로, 두암식당에서 개발했다. 달착지근하면서도 구수하다. 짚불 돼지고기와 희한하게 어울린다.


나 사장은 “짚불 돼지고기에 게소스, 양파김치를 함께 먹는 게 우리집식(式) 삼합(三合)”이라고 했다. ‘짚불구이’ 1인분 7000원. 2인분 이상 판다. 게소스에 밥을 비벼 먹는 ‘게장비빔밥’(3000원)도 별미다.


5. 도리포 숭어회 - 기름소금에 살짝 찍어 오물오물


도리포 숭어회 부드럽고 담백한 감칠맛이 일품.
“맛이 좋아 물고기 중에서 제1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이 ‘자산어보’에서 숭어를 이렇게 상찬했다. 암숭어의 알을 통째로 꺼내 소금에 절여 말린 어란(魚卵)은 최고급 술안주다.


해제면 송석리 도리포는 숭어로 옛부터 이름났다. 도리포횟집(061-454-6890) 조평수 사장은 “숭어는 특히 겨울에 쫄깃하고 찰지다”면서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 월동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참숭어는 연안에서 월동하지만, 개숭어는 먼 바다로 나가요. 그래서 개숭어는 참숭어하고 맛이 비교가 안되죠. 참숭어는 눈동자가 황금색인 반면, 개숭어는 시커멓기 때문에 쉽게 구분하죠.” 숭어는 음력 입동(入冬) 지나 설까지가 제철. 아직까지 무안에서도 숭어가 쉬 눈에 띄지는 않는다. 횟집에 미리 전화하면 준비해준다. 1㎏(2~3인분) 3만5000원. ‘능성어’(1㎏ 11만원)나 ‘돔’(1㎏ 8만원), ‘광어’·‘농어’·‘우럭’ (1㎏ 5만원), 여름이 제철인 ‘민어’(1㎏ 6만원)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숭어회는 전체적으로 뽀얀 우윳빛이면서 옆구리쪽만 붉은색이라 선명한 대비가 아름답다. 담백하면서 단맛이 난다. 몸통쪽은 부드러운 감칠맛이 난다. 운동량이 많은 꼬리 쪽으로 갈수록 쫄깃쫄깃 씹는맛이 강해진다. 살짝 데쳐 나오는 숭어 껍질은 쫄깃하면서도 오독오독 씹힌다.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다.


찌개와 함께 숭어창젓, 노치(새끼숭어)젓, 황설이젓 등 도리포에서만 먹는 젓갈이 나온다.


+1. 양파김치 - 아삭아삭… 톡 쏘는맛이 개운


무안에는 양파가 많다. 하도 많아 소한테도 먹여 ‘양파한우고기’도 만들지만, 김치도 담근다. 이 양파김치가 별미다. 아삭하면서도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이 시원하다.


재료: 양파(중간 크기) 20개, 찹쌀가루 2큰술, 고춧가루 100g, 굵은소금 200g, 멸치액젓 2큰술, 새우액젓 2큰술. 마늘과 생강은 넣지 않는다.


만드는 법: 양파 껍질을 벗겨 4등분해 소금물에 5시간쯤 절인 다음 물에 씻어 바구니에 건져 물기를 뺀다. 찹쌀가루를 찬물에 풀어 냄비에 넣고 죽을 쑨다. 고춧가루, 찹쌀죽, 액젓을 잘 섞어 절인 양파에 넣고 버무린다. 하루에서 이틀쯤 실온에 익힌 다음 냉장 보관해 먹는다. 담그고 한 두달 사이가 제일 맛나니 너무 오래 묵히지 않고 먹는다.


조선일보
출처 : 바다처럼 깊은 가을 맛에 취하다 [무안]
글쓴이 : 땅까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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