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면 퍽퍽, 작으면 씹는 맛이 없어 확실히 15cm 정도가 꼬숩지"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adamszone@chosun.com" target=_blank>adamszone@chosun.com

▲ 아! 고소한 전어구이 냄새. 전어철이 본격 시작된 홍원항 풍경
15㎝. 가장 맛있는 전어 크기다.
전어는 10㎝ 작은 놈부터 30㎝ 큰 놈까지 있다. 20㎝ 이상이면 보통 ‘떡전어’라고
표현한다. 2년 정도 자라면 15㎝가 된다. 정정호 서면개발위원회 사무국장은 “전어는 15㎝ 정도가 맛있다”고 했다. “너무 크면 구워도 살이
터석(퍽퍽)허지. 식당에서 쓰기에는 큰 놈이 좋지만, 확실히 15㎝ 정도가 꼬숩지(고소하지).”
특히 전어를 회로 즐기려면 15㎝ 정도가 적당하다. 전어는 ‘뼈회’(세코시회)로 주로 즐긴다. 생선살과 뼈를 함께 썰어 먹는 스타일이다.
몸집이 작거나 잔가시가 많은 생선을 회로 먹을 때 주로 사용한다. 전어 뼈회는 생선살을 등뼈와 함께 직각이나 대각선으로 자른다. 20㎝ 이상 큰
전어는 등뼈를 발라낸 다음 회를 뜬다. 뼈를 씹으면 고소한 맛이 배어 나오는 맛이 별미다.
뼈회로 먹을 때 전어가 너무 작으면 씹는 맛이 없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크면 뼈가 억세서 먹기 힘들다. 그래서 15㎝ 정도가 딱
적당하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남쪽에서 겨울을 난 전어는 4월부터 6월에 걸쳐 난류를 타고 북상, 강 하구에서 알을 낳는다. 알을 낳느라 온 힘을 뺀다. 봄 전어는
그래서 맛이 떨어진다. 6~9월 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만 안으로 들어온다. 플랑크톤과 바닥 유기물을 개흙과 함께 먹는다.
한국에서는 전어가 서해와 남해, 동해 전 해역에서 잡힌다. 강릉지방에서는 전어를 ‘새갈치’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어디 전어가 가장
맛있을까? 홍원항, 마량포구 등 서해안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서해산이 낫다고 열변을 토한다. 홍원항 횟집 주인들은 “고기는 간만의 차이가 큰
바다에서 자라야 맛이 좋고, 뻘(갯벌)과 어울려야 맛이 난다. 이모저모 따져보면 서해, 그 중에서도 서면 앞바다 전어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수협 관계자나나 도매상들은 남해산 전어가 조금 더 낫다는 쪽으로 기우는 편이다. 삼천포·남해산을 최고로 치고, 값도 남해산이 조금 더
비싸다. 하지만 삼천포에 가더라도 삼천포산 전어를 반드시 먹는다는 보장은 없다. 물량이 모자라니 서해안 쪽에서도 조달해온다.
8월부터 잡기 시작하는 전어는 9월 중순쯤 맛이 절정에 오른다. 이때 전어를 구워 접시에 담으면 바닥에 흥건하게 기름이 고일 정도다.
몸매가 둥글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면 우선 싱싱하고 맛있는 전어라고 봐도 된다. 썰었을 때 살이 단단하면서 불그스름한 빛이
감돈다.
>> '가을전어' 찾아 충남 홍원항, 마량포구로

19일 오후 2시. 전어를 실은 ‘금천호’가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포구에 도착했다. 갑판 위 선원들은 노란색 사각 플라스틱 바구니에 전어를 퍼 담았다. 부두에서 대기하던 선원 두 명이 전어가 가득 담긴 바구니 양쪽을 붙잡고 계단을 뛰듯 올라가 저울에 얹었다.
성질 급한 전어들이 펄쩍펄쩍 뛰었다. 바닷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떡전어’라 불리는 덩치 큰 놈들은 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구니 바깥으로 튀어나와 부둣가 바닥에서 펄떡거렸다. “25㎏!” “23㎏!” 전어가 담긴 바구니 무게를 상인이 확인하자 대기하던 일꾼들이 대형 활어트럭 수조 안으로 전어를 황급히 쓸어 넣었다. 금천호 조현환 선장은 “오늘 전어를 800㎏쯤 잡았다”면서 “일주일쯤 지나 본격적인 전어철이 시작되면 한 번에 많게는 5t씩도 잡는다”고 했다.
마량포구와 바로 옆 홍원항에서는 지난 19일 전어 잡이가 시작됐다. 마량포구와 홍원항이 있는 충남 서천군 서면은 국내에서 전어가 많이 잡히는 지역 중 하나다. 전어는 가을이 제철이다. 몸에 기름이 오를 대로 오른다. 이날 회·무침·구이로 맛본 전어는 고소하다 못해 비릴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노을회센터’ 주인 박성범씨는 “요즘 전어는 씨알도 작고 덜 ‘꼬숩다’”며 “9월 중순쯤이면 전어 맛이 절정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어는 보통 8월 중순~10월 말까지 잡는다.
가을 전어는 몸에 기름기를 축적한다. 봄에 2.4%던 지방 함유율은 가을이 되면 6%까지 올라간다. 전어를 구울 때 이 지방이 숯불에 떨어지면서 먹음직스러운 풍미를 풍기는 연기로 변한다. “가을에 학교 끝나고 집에 올 때면 전어 굽는 냄새가 바깥까지 진동하잖여. 환장하는 거지.”(서면개발위원회 정정호 사무국장의 회상)
성질 급한 전어는 잡히면 오래 살지 못한다. 서울 등 내륙지방에서는 최근까지도 맛보기 어려운 생선이었다. 그러다 냉장시설이 발달하면서 전어를 먹을 수 있는 지역이 확대됐다. 값도 올라갔다. 홍원항을 비롯, 마산·삼천포·여수·광양 등에서도 전어축제가 열린다. 정 사무국장은 “전어, 참 많이 컸어”라며 웃었다.
● 홍원항·마량포구 가는 길
(서울에서 가는 경우)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춘장대IC에서 빠진다. 바로 우회전해서 가다가 3㎞쯤 나오는 사거리에서 다시 우회전
한다. 서면 면사무소를 지나 춘장대 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다보면 마량포구·홍원항 표지판이 나온다. IC에서 홍원항까지 막히지 않으면 10분쯤
걸린다. 지난 26일 토요일 오전 9시 경기도 수지에서 출발, 정오쯤 홍원항에 도착했다.
● 문의
서면개발위원회 (041)952-9123, 서천군 문화관광과 (041)950-4017 www.seocheon.go.kr
>> 전어구이 VS. 회·무침: DHA·EPA·타우린… 영양까지 날로
먹자
전어, 소금구이가 좋을까? 아니면 회나 무침으로 먹는 게 좋을까?

▲ 전어소금구이
영양을 생각한다면 단연 회 또는 무침이 낫다. 전어는 훌륭한 보양식이다.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DHA와 EPA가 다른 생선보다
훨씬 많다. 전어 100g당 DHA가 607㎎, EPA가 119㎎이다. 인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아미노산인 이소류신,류신, 라이신, 메티오닌
등이 8종류나 있다. 콜레스테롤과 체지방을 분해하는 타우린도 풍부하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방광기능을 돕고 장을 깨끗하게 한다”고 한다. 특히
가을전어에는 봄, 여름보다 3배 많은 불포화지방산이 들었다. 그런데 DHA와 EPA, 타우린은 열을 가하면 손상된다. 전어를 소금구이로 먹으면
회나 무침보다 영양 섭취가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 전어회무침
하지만 미식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전어는 소금구이가 제맛”이라고 한다. 전어가 얼마나 맛있는지 설명할 때 “3년 전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 맡고 돌아온다”는 표현을 흔히 쓴다.

▲ 전어뼈회
전어구이는 머리부터 통째로 먹는다. 머리가 가장 기름이 많다. “가을 전어 대가리엔 깨가 서말 하고도 닷되”라는 말도 있다. 씹으면 고소한
기름이 입속 가득 번진다. 하얗고 결이 고운 몸통은 담백하고, 내장은 고소하면서도 쓴맛이 도는 게 신선하다. 버릴 부분이라곤 까맣게 탄 꼬리밖에
없다. 입술이 기름으로 번질거린다.
전어 회무침은 음식점 주방장 손맛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대개 고추장, 다진 마늘, 설탕 등을 섞은 양념에 미나리, 오이, 당근, 깻잎, 배, 참깨, 참기름 등을 버무려 손님상에 낸다. 새콤달콤매콤한 양념이 기름진 전어회와 잘 어울린다. 고추장을 적게 넣고 된장을 더해 구수하면서 점잖은 맛을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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