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태안사(사랑방에서)

보고잡퍼 2009. 8. 16. 17:45
남도의 名山 180곳 바로알기 -주말산행 ⑫
능파각에서 일주문까지 걸어 봤능가?

곡성 봉두산 [753m]

곡성 봉두산은 여름을 위해 준비된 산이다. 승용차로 강바람을 따라가는 아름다운 섬진강 길은 압록에서 보성강과 만난다. 보성강 굽이굽이 물길을  바라만 봐도 가슴 뭉클해진다. 맨발로 강가에 돌을 툭툭 치면서 걷고 싶은 그런 곳이다.
봉두산 태안사 매표소에서 시작되는 1.8km의 맑고 투명한 계곡은 완만하고 깊지 않아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다. 물줄기 힘차게 쏟아지는 계곡 위에 단아하게 지은 목조 누각이 있다. 능파각(凌波閣)이다. 능파(凌波)는 ‘물위를 가볍게 걸어 다닌다’는 뜻으로 밀양 영남루 능파각, 동해시 추암 (능파대) 고성 건봉사 능파교 등 물과 바위가 잘 어우러진 명소에 많이 붙은 이름이다.
능파각에서 일주문까지 걷는 옛길은 수 백년 된 소나무와 전나무 숲길이다.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선사들은 수없이 저 길을 걸었으리라. 흐트러진 마음을 다듬고 피안(彼岸)의 세계로 들어가는 구도의 길이다.

# 터벅터벅 걸어도 좋을 태안사 계곡
태안사(泰安寺)는 신라 경덕왕 원년(742)에 개창된 천년 고찰이다. 100여 년 후 혜찰선사가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동리산파를 개산한다. 고려시대 광자대사(864~945) 때는 전각이 40여 동에 이르고 한때 송광사와 화엄사를 말사로 거느릴 규모의 대찰이었다. 조선 초기 태종의 둘째아들 효령대군의 원당(왕실의 안녕을 빌던 집) 사찰이기도 하다. 임진왜란과 한국 전쟁 때 가람이 많이 소실되었다. 근래에 절집의 규모가 갖춰지면서 고찰의 위엄은 볼 수 없으나 부도 밭은 오랜 내력을 말해준다. 경내에 둥근 연못이 있고 고려시대 삼층석탑이 있다. 주변의 조경과는 부조화의 논란이 많지만 땅기운의 약점을 보완하는 도선국사의 비보풍수(裨補風水) 사상에 따라 연못을 판 것으로 보인다.
태안사를 품고 있는 산은 봉두산(鳳頭山)이라고도 부르고 동리산이라고도 한다. 일주문에는 동리산 태안사(桐裏山泰安寺)로 적혀있으나 조선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봉두산으로 불리고 있다. 효령대군이 시주한 둘레 3m의 대바라를 비롯한 5점의 보물이 있다.

#유명세에 비해 평범한 산, 여름 산행지로 적합
봉두산은 사찰의 명성에 비해 다소 평범하지만 햇볕에 노출되지 않고 산행할 수 있어 여름 산으로 적합하다. 산행은 태안사 경내에서 우측으로 등산로 이정표를 따라 성기암으로 진행하면 된다. 산행 중에 어른 키만 한 바위가 딱 2군데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육산(흙산)이다. 굴참나무와 단풍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처음부터 하산 지점까지 조릿대가 볼을 때릴 정도로 많다.
산길은 오솔길처럼 좁으나 코르크 마개를 밟는 것처럼 매우 푹신하다. 주요 지점에 이정표는 다소 미흡한 점이 많다. 정상에서는 무등산, 모후산, 지리산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700m고지(북봉) 방향은 뚜렷한 특징이 없고 단순하다. 정상에서 바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절재까지 내리막 능선길도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절재에서부터는 숲길이 제법 길고 간벌이 잘 되어 시야도 답답하지 않다. 여러 갈래 물줄기가 점차 넓어지면서 잔잔한 연주곡처럼 들리는 조용한 계곡이다. 태안사 경내까지 도달하는 원점 회귀 산행이다. 입구에 있는 조태일 시인 문학관을 둘러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사진: 김희순 / 화정산악회 토요산행대장 / 닉. 허벌라게

*찾아가는 길: 곡성군 죽곡면 원달리
          곡성읍-섬진강17번 국도-압록-보성강 석곡방면-태안교-태안사
*산 행 코 스: 능파각-성기암-외사리재-정상-절재-태안사 (여유있게 약 3시간30분)
*산 행 수 첩: -능파각 아래쪽에 주차하고 출발 하는 것이 좋음
           -압록 주변에는 참게 매운탕으로 유명함
           -사찰 주변에 상가는 발달되어 있지 않음